'김태형의 찰나의 순간, 역사적 기록' 시리즈 모음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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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 1월 20일 제2회 경북신인빙상대회가 매일신문사와 경북빙상연맹 공동 주최로 동촌 금호강 특설링크에서 열려 선수들이 역주하고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70년 1월 20일 오전 10시 대구 동촌 금호강 특설 링크.

이른 아침부터 관중들이 몰려들더니 어느새 수천 명.
구름다리에서 케이블카(삭도)까지 강변을 까맣게 메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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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 1월 20일 제2회 경북신인빙상대회에 앞서 선수들이 개막식을 갖고 있다. 대회에는 8세 꼬마부터 56세 노장도 출전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오늘은 제2회 경북신인빙상경기대회 날.

8세 꼬마부터 56세의 흰머리 노장까지
초·중·고·일반부 남녀 선수 185명이 빙판 위에 섰습니다.
(1970년 1월 21일자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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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 1월 20일 동촌 금호강 특설링크에서 열린 제2회 경북신인빙상대회에서 선수들이 역주하고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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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 1월 20일 동촌 금호강 특설링크에서 열린 제2회 경북신인빙상대회에서 선수들이 역주하고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준비~ 탕!!"

화약 냄새가 무섭게 은빛 칼날이 간지나게 달립니다.
빵모자에 벙어리장갑이면 완전 무장.

무논에서, 냇가에서, 저수지에서 갈고 닦았는데 우둘투둘한 빙질에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탄성과 환호성으로 오랜만에 동촌에 큰 구경거리가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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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 1월 20일 제2회 경북신인빙상대회에서 초등부 선수들이 빙판을 질주하고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아침 기온은 영하 3℃.
해가 뜰 수록 얼음이 녹아 경기는 서둘러 12시쯤 끝이 났습니다.

썰매는 몰라도 고급진 스케이트는 아무나 탈 수 없는 것.
기록은 저조했지만 선수들은 의기양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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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 1월 20일 제2회 경북신인빙상대회에 앞서 선수들이 개막식을 갖고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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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 1월 20일 제2회 경북신인빙상대회대회에서 매일신문사와 빙상연맹 관계자들이 개막식을 갖고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신인발굴을 위한 이 대회는 매일신문사, 경북빙상경기연맹 공동 주최로 열렸습니다.
제1회(1969년 1월 23일) 때부터 이곳에서 치렀습니다.

적당한 강 수위에 넓디넓은 빙판은 고무 마커 깃발만 꽂으면 그대로 특설링크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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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 1월 20일 제2회 경북신인빙상대회가 매일신문사와 경북빙상연맹 공동 주최로 동촌 금호강 특설링크에서 열려 선수들이 역주하고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그러나 대회는 이상난동으로 빙질이 나쁜데다
전국대회 일정이 겹치는 등으로 4년(1971년~74년)간 중단됐습니다.

이후 실내스포츠센터가 생기면서 동촌에서 열리는 경기는
1975년(제3회), 1976년 제4회 대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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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7년 1월 23일 영하 8도의 강추위에 동촌 금호강이 꽁꽁 얼어붙자 휴일을 맞아 스케이터들이 몰려 나와 빙판위의 겨울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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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7년 1월 23일 영하 8도의 강추위에 동촌 금호강이 꽁꽁 얼어붙자 휴일을 맞아 스케이터들이 몰려 나와 빙판위의 겨울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대회는 중단됐지만 동촌은 갈수록 붐볐습니다.

1977년 겨울은 유난히 추워서 소한(小寒)인 1월 5일 대구 최저 기온은 영하 10.3℃.
삼한사온(三寒四溫)도 없이 한파가 11일 이나 몰아치자 빙판은 더 신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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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7년 1월 23일 강추위에 동촌 금호강에 스케이터들이 몰려들자 대목을 만난 스케이트 대여 상인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오뎅(어묵) 파는 구멍가게, 스케이트 빌려주는 상인, 숫돌로 칼날 세우는 아저씨 모두 대목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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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7년 1월 23일 영하 8도의 강추위에 동촌 금호강이 꽁꽁 얼어붙자 휴일을 맞아 스케이터들이 아양교 아래에서 겨울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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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7년 1월 23일 일요일 영하 8도의 강추위에 동촌 금호강에서 스케이터들이 빙판위의 겨울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영하 7~8℃의 강추위에도 스케이터들의 심장은 화덕보다 뜨겁다.
코흘리개 어린이부터 흰머리 노년층까지 빽빽이 몰려,
빙판의 곡예는 서투른 멋으로 폭소를 자아내는가 하면
기막힌 묘기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다…."
(1977년 1월 25일자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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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7년 1월 23일 동촌 금호강에서 스케이트 타다 중심을 잃고 넘어진 시민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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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7년 1월 23일 동촌 금호강에 나온 한 꼬마 아가씨가 조심조심 스케이트를 배우고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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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7년 1월 23일 영하 8도의 강추위에 동촌 금호강이 꽁꽁 얼어붙자 휴일을 맞아 스케이터들이 아양교 아래에서 겨울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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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7년 1월 23일 동촌 금호강에서 스케이트를 타던 한 청년이 빙판 위에서 얼음낚시를 하고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그랬습니다.

손등이 부르트고 발가락이 시리도록 빙판을 뒹굴었습니다.
추위는 무슨, 병원도 모르고 뛰놀았습니다.

1970년대 겨울 동촌 금호강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스케이트를 즐기던 모두의 놀이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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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7년 1월 23일 꽁꽁 언 동촌 금호강에서 스케이터들이 겨울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위). 2024년 1월 8일 현재 강에 얼음은 구경할 수 없고 구름다리(2012년 철거) 대신 해맞이 다리가 들어섰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그런데 한겨울이 지나가는 지금,

금호강은 도무지 얼 생각이 없습니다.

1970년대
동촌 금호강 스케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