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고립 해소의 출발점은 신속하고 정확한 발굴이다. 전문가들은
행정 정보에만 의존하기보다 주민 조직을 활성화해 현장에서의 관찰과
접촉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고립 가구를 선별하기 위해
활용하는 전기요금 체납 등 공과금 정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석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과금 정보가 수천 건에 달하기
때문에 일선 공무원들이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며 "지역 내
통장·반장을 중심으로 주민 조직을 구성해 고립 위험군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주민 조직이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제도적·재정적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02
지자체 역량 강화
고립사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위험으로 떠오른 만큼,
지자체 차원에서 컨트롤 타워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 교수는 "서울시는 전담 부서를 두고 1인 가구의 복지·고용·보건을
아우르는 상위 전달체계를 구축했다"며 "1인 가구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한 곳에 모은 원스톱 창구를 마련해 정보 접근성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구 역시 서울시 사례를 참고해 사회적 고립을 보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상위 전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03
집 밖으로 나오게 하는 제도 우선
사회복지관의 역할을 주민 밀착형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커뮤니티 공간 제공과 프로그램 중심으로만 운영되는 기존
복지관은 밖을 나오지 않는 고립 가구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주거유형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상훈 대구보건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의 복지관은 물리적
공간에 머무는 서비스 전달에 그치고 있다. 고립된 주민과 유의미한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라며 "동 단위 생활권에 자리 잡은
지역밀착형 복지관은 고립 가구를 조기에 발굴할 수 있다. 또 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관계망을 회복하는 데 효과적인 모델"이라고 말했다.
프롤로그
201호에 살던 최기훈(60·가명) 씨는 2025년 8월 17일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시신은 일주일 뒤인 24일에나 발견됐다.
한 여름에 시신은 몇 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부패한다. 그래서 정확한
사망 시간은 알지 못한다.
201호의 현관문이 열리는 날은 드물었다. 누군가 노크할 일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최 씨의 죽음은 일주일 간 5평 남짓한 방 안에 머물다 문 틈으로
새어나왔다.
결국 냄새로 죽음을 알리는 거예요. 무관심병이죠 뭐.
가족도 이웃도 찾질 않으니까.
혜지 씨는 8년 전 도망치듯 이 동네에 왔다. 그의 양부모는
30년간 학대를 지속했다.
독립할 돈도, 용기도 없던 혜지 씨는 긴 시간을 폭력에 순응하다, 한
종교단체의 도움을 받아 복현1동에 원룸을 구했다.
그 집에서 도망치던 날 혜지 씨가 챙겨갈 수 있었던 건 약간의
옷가지와 안구진탕·사시·시신경 변형 같은 병뿐이었다.
눈앞이 흐릿해도, 30년에 걸친 학대의 트라우마는 선명하다.
“고립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반복되는 구조였다.”
대구에는 무수히 많은 또다른 혜지 씨들이 살고 있다.
매일신문은 고독사 위험군 1만682명의 주소 데이터를 단독
입수해 142개 행정동 전체를 분석했다.
인구 대비 위험군 비율이 가장 높은 상위 4개 행정동
(단위 : 천 명)
27.8북구 복현1동
25.3달서구 상인3동
23.5달서구 월성2동
16.0남구 대명1동
'고립 가구' 특정 동네·주거형태에 몰려…개인 문제 아니다
위험군 비율이 가장 높은 복현1동은 대학가를 중심으로
원룸·고시원촌이 형성된 지역이다.
그 때문에 20~30대 비중과 1인 가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계명대가 있는 달서구 신당동(13.9명/천명) 역시
원룸과 고시원이 밀집해 있어 비슷한 특성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