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삼키는 것이 비단 인공 불빛만은 아니기 때문. 달이 밝아도 안 된다. 지구에서 달을 관찰할 수 없는 삭(음력 1일)이 적기다. 하늘도 까다롭기는 마찬가지다. 일 년 중 미세먼지 없이 맑고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으니 말이다.
“사진을 못 찍으면 초승달이 뜨는 3일간 계속 영양에 있을 작정이었어요. 최근 유독 날씨 변덕이 심해 낮에는 괜찮다가도 밤이 되면 갑자기 흐려지는 일이 많아 번번이 실패했죠.
"
김 기자는 지난 4월 하순부터 영양군 날씨를 확인했다고 했다.
삭 시기를 맞춰 구름이 없는 맑은 날이 좀처럼 오지 않았다. 지난 5월 19일을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모두 3번의 현장 답사를 거쳤지만 갑자기 운무가 끼거나 날씨가 흐려져 번번이 빈손으로 돌아왔다.
지난 6월 21일,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 일직선상에 위치해 부분일식 현상이 일어난 날
낮에 뜬 달이 일찍 져 밤에는 달빛이 비치지 않았다
‘이화(梨花)에 월백하고 은한(銀漢·은하수)이 삼경인제’
고려 후기 이조년의 시조 한 구절처럼 그믐날 삼경(밤 11시∼새벽 1시)에 접어들자 까만 밤하늘에는 달 대신 별빛만이 서리기 시작한다.
웅장하게 떠오른 은하수가 맨눈으로 봐도 선명했다.
원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구도도 중요하다. 김 기자는 3번의 현장답사를 통해 찾은 영양군의 수비면의 한 논두렁 아래서 셔터를 눌렀다. 밑으로 저지대의 하천이 있어 별을 좀더 역동적으로 담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오후 10시 30분에 시작한 촬영은 오전 3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시시각각 위치를 달리하는 은하수에 맞춰 앵글과 표현 방식을 다양하게 촬영하기 위해서 였다.
경북 영양의 밤 하늘
그가 수개월간 별 사진을 마음에 품은 이유로 하늘과 별이 주는 상징성 때문이다. 김 기자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꿈을 꿔 본적이 한 번도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별도 마찬가지다. 밤 하늘에 떠있는 별은 곧 꿈. 하늘과 별이 주는 희망과 설렘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시련을 안 겪은 사람이 없었다. 장기화 하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하늘과 별이 위로를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눈 앞의 위기에 절망하지 말고 참다 보면 다시 반짝이는 순간이 올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