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구나연(31·간호사)
며칠 전 병원에서 갑작스레 발작을 일으키는 사람을 보고 달려가 위험해지지 않도록 응급상황에 대처했다.
발작을 일으키면 혀를 깨물려고 하기 때문에 잘못하면 목숨에 위험이 갈 수 있어 필사적으로 기도 확보를 했어야 하는데
당장 입에 물릴 게 없어 머리랑 턱을 고정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너무 힘을 줘서 손이 떨리고 옷에도 피가 묻었지만,
내가 왜 간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는지 (아프고 힘든 사람들 도와주고 케어해주고 살리고 싶어서)
다시 한번 생각했고 피가 끓는 느낌을 오랜만에 느꼈다.
2 . 권ㅇ홍(27·직장인)
2020년 여름의 일이다. 당시 1년간 미국에 해외 인턴을 갔을 때였다.
하루는 휴가를 얻어 말로만 듣던 그랜드캐니언에 갔다.
정말 아직도 생각해도 소름이 돋는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인 미국에서 '그랜드'라는 말을 붙인 곳이다.
그 웅장함에 숨도 못 쉴 만큼의 느낌이 들었다.
사진과 영상으로 절대 그 감동을 담을 수 없다.
◀ 권ㅇ홍 씨가 찍은 그랜드캐니언의 모습.
그는 그랜드캐니언의 웅장함에 가슴이 요동쳤다고 했다. 권ㅇ홍씨 제공
3 . 김도엽(27·취준생)
2019년 2학기,
대기업의 대학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4학기 동안 1천만 원 이상의 장학금을 받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때 전국에서 모인 장학생들을 만나는 것도 귀한 경험이었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혜택이 커서 좋았다.
더 이상 알바를 하지 않아도 되겠다,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스트레스가 많이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4 . 김두현(28·취준생)
올해 봄, 헬스 PR(원래 본인이 들던 무게, 횟수 등)을 갱신했을 때 가슴이 뛰었다.
특히 벤치프레스(가슴 운동)는 원래 아무리 컨디션이 좋아도 105kg 이상을 들지 못했다.
그런데 그날은 110kg을 생각보다 가볍게 들었다.
모든 PR을 갱신할 때 좋지만, 그날은 유독 기억에 남는다.
많은 헬스인들이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5 . 김민준(28·공시생)
2015년 2월, 경북대학교에 추가 합격을 했던 순간이었다.
다른 대학교에 합격을 한 상황이었지만, 목표는 경북대학교였다.
추가 합격을 기다리던 상황에서 거의 막바지에 추가 합격 소식에 뛸 듯이 기뻤다.
6 . 김슬기(27·제약회사 회사원)
3월부터 꼭 같이 일하고 싶었던 업체와 계속 미팅하고 설득해 왔었는데
최근 협업한 작업이 성사돼 진행하게 됐다.
진짜 가슴이 짜릿했다.
7 . 김ㅇ수(27·직장인)
중학교 3학년 때 학교 대표로 대구 중학생 축구 대회에 참석했다.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가 2 대 2로 끝났고,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이를 이기면 본선 진출이었다.
마지막 키커가 성공을 했고, 우리는 본선에 진출했다.
이때만큼 가슴 떨렸던 기억이 없다.
8 . 김연주(28·취준생)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내가 적합한 인재라는 걸 인정받았을 때!
예를 들어 팀 프로젝트를 하며 내가 쓸모가 없는 팀원인가? 하고 스스로를 의심하던 찰나,
나만이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각으로 인해 프로젝트 해결의 키포인트를 발견하고 무사히 작품을 완성했었다.
팀원과 멘토들도 나만의 장점을 알아봐 주고 인정해 줬는데,
더는 나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나를 믿고 해나가면 되겠구나! 싶었던 순간이어서 희열을 느꼈었다.
한 가지 더 있다. 수영을 배우는 중이었지만 무서워 킥판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킥판을 떼지 못하는 건 나만의 공포심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에 용기 내 도전했는데 성공했다.
너무 짜릿하고 희열이 느껴졌다.
킥판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순간 물속인데 뭔가 눈물이 흐를 것 같을 정도로 감동이 올라왔다.
'모든 것은 꾸준함에 비례한다'는 인생의 큰 배움?까지 얻었다.
9 . 김예원(26·대학원생)
일상에서 벅차고 행복했던 여러 순간들이 떠오른다.
첫째, 페스티벌에서 뛰어놀았던 날.
둘째,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어느 한 손님이 바빠 보인다며 간식거리를 사서 전해주신 날.
셋째, 요즘 방학이라 실습을 다니고 있는데 실습 아동이 처음으로 장난치면서 웃었던 날.
김예원 씨가 아르바이트 도중 손님에게 받은 간식거리. 김예원 씨 제공 ▶
10 . 김은수(31·직장인)
이직 이후 생전 처음 하는 업무로, 중고 신입의 열정으로 임하고 있다.
디자인 업무인데 긴장과 아주 가끔씩 오는 보람으로 심장이 뛴다.
그동안 업무적으로나 사회생활 면에서 나름 선방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중고 신입이 되니 모두 리셋되는 기분이었다.
새로운 일, 새로운 인간관계, 심지어 나 자신도 새롭게 보인다.
11 . 김지연(27·VFX 아티스트)
최근에는 사실 열정 '뿜뿜'이었던 일이 없다.
과거의 순간이 떠오른다. 공연예술학을 전공해 한때 조명 일을 했다.
대학교 첫 정기공연 날, 마지막 커튼콜 조명이 켜질 때 가슴이 벅차면서 눈물이 고였다.
모두가 함께 만든 멋진 공연에서 내 역할을 잘 해냈다는 것이 스스로 멋지게 느껴졌었다.
12 . 김지은(36.공무원)
가슴이 뛰었던 때를 떠올려 보면
첫째, 첫딸을 품에 안은 순간.
둘째, 좋아하는 작품의 새로운 시즌이 넷플릭스에 떴을 때.
셋째, 통장에 급여 들어온 거 찍혔을 때!
13 . 박선경(36·큐레이터)
첫째, 조카에게 걸려 온 영상통화.
존재가 주는 행복감이 있는 것 같다.
세상 예쁘고 좋은 것은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한다!
둘째, 요즘에는 엄청난 성취나 물질적인 만족감보다는 사소한 것에 두근거린다.
가령 출근길에 하늘이 너무 예쁘다든지, 지나갈 때 잠깐 마주친 강아지가 너무 귀엽다든지, 좋아하는 음악이 라디오에서 나온다든지.
그런 소소한 일상들이 가슴을 뛰게 하는 것 같다.
14 . 박ㅇ현(27·공무원)
2021년 12월의 일이다.
약 2년 반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었고, 이날 최종 합격 발표가 났다.
오후 5시에 인터넷에 발표가 될 예정이었는데, 예정보다 10분 정도 발표가 빨리 났다.
처음에 수험번호를 확인했을 때는 나의 번호가 없었는데, 다시 보니 있었다.
같이 합격을 확인하던 친구도 합격을 했고, 서로 부둥켜안고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가슴이 너무 떨려 손까지 떨렸던 기억이 난다.
15 . 박정미(22·대학생)
스마트폰과 각종 SNS를 통해 자기 삶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각자의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건강을 챙기고 투자도 하는 걸 보면서,
하나의 일만 해도 피곤한데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모습이 참 멋져 보였다.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만약에 내가 저렇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멋질까?라는 생각을 해보며 가슴이 뛰었다.
16 . 박정수(27·취업준비생)
2016년 말 군 생활을 할 때 파견으로 GP를 간 적이 있다.
당시에 실탄을 가지고 훈련을 했고, 북한과도 굉장히 인접해서 정말 불안했다.
당시 일병이었는데, 중간급의 역할을 내가 했어야 했다.
그런 역할에 대한 부담감과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것에 대해 실감이 나서 (부정적인 의미로) 가슴이 많이 두근거렸었다.
17 . 배승현(29·한복 제작자)
한복을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다.
내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가끔 내가 멈춰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많았다.
그럼에도 꾸준히 나아가려고 한다.
생각만 하던 촬영을 직접 기획하고 옷을 만들고 사람들을 섭외해 내가 원하는 모습이 만들어졌을 때
이제 시작이구나, 이렇게 해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한 성취감을 느꼈을 때 가슴이 뛰었다.
18 . 배주현(31·기자)
5월 들어 문화부에서 새로 시도하는 MMM(매일 MZ 매거진)을 만들기로 했다.
기획하고 창작하는 걸 좋아해 광고홍보학과에 갔고, 지금은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오랜만에 대학생 시절 매일 했던 일을 다시 할 생각에 가슴속에 뭔가 불타올랐다.
솔직히 정말 많이 설렜다.
그 당시 주말에 홀로 산책을 갔는데 머릿속에 온갖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너무 재밌겠다 싶었다.
팀원들과 아이디어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어 어서 주말이 지나가고 빨리 회사 가고 싶단 생각까지 들었다(ㅋㅋㅋ).
전공에 대한 미련은 전혀 없었지만 과거의 경험이 또 이렇게 적용되는구나 싶어서 삶이 재밌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한 경험들 중에 쓸모없는 게 전혀 없구나, 하는 생각 말이다.
19 . 백현지(29·직장인)
임신 테스트기에 두 줄이 떴을 때.
처음엔 멍하다가 당황도 했지만,
곧 나의 첫아이라는 생각에 그저 행복했다.
퇴근하고 남편과 함께 기뻐했을 때는 인생에서 처음 겪어보는 가장 벅찬 감정이었다.
20 . 소현아(26·직장인)
최근 영화 '엘리멘탈'을 보고 심장이 뛰었다.
기대했던 영화이기도 하고, 감독이 자기 경험과 생각을 어쩌면 이렇게 창의적이고 과학적이며 예쁘게 표현했을까 싶었다.
하나 덧붙이자면 요즘은 퇴근하고 여름 하늘 보는 것에서 벅참을 느낀다.
제일 덥지만 하늘이 제일 예쁜 시간대다.
21 . 송성한(31·방송 PD)
주말마다 학교 밖 청소년에게 학습지도를 하고 있다.
나 역시 학생 시절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되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평일에는 회사 일, 주말에는 봉사를 하기에 '불금' 을 즐기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지난 스승의 날에 한 아이가 건넨 '항상 재미있는 수업해 주셔서 감사하다.
사회는 너무 각박하고 재미없지만 선생님은 재밌어서 즐겁다'는 편지 한 통에 큰 보람을 느꼈다.
앞으로도 친구처럼, 든든한 형이나 오빠처럼 힘이 돼주고 싶다.
22 . 신명준(33·화가)
최근 가슴을 뛰었던 일로는 작업실을 다시 만드는 것이었던 것 같다.
다음 작업을 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작업실을 새롭게 계획해 보고 실현할 때 두근거림을 느꼈다.
◀ 신명준 화가가 최근 작업실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직접 만든 작업대. 신명준 화가 제공
23 . 심헌재(27·기자)
가장 최근에는 약 6개월 전, 우리 축구팀이 대회에 나갔을 때다.
당시 부상으로 인해 직접 참가할 수는 없었고, 감독 역할을 자처했다.
당시 팀 창단 3년 만에 처음으로 토너먼트에 진출했고, 16강에서 2대 0으로 지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주문한 대로 팀원들이 움직여줬고, 그 과정에서 골이 들어갔다.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심장 박동이 빨라졌던 것이 느껴졌다.
24 . 양현정(28·물리치료사)
곰곰이 생각해 보니 스스로 나를 위해 했던 일들에 가슴이 뛰었던 것 같다.
그냥 물 흘러가는 듯 살고 있지만, 피부 관리 같은 작은 일이라도 매일 하다 보니
나도 뭔가를 꾸준히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콤플렉스가 없어지니 더 자신감이 넘치더라.
25 . 이다영(23·예비 간호사)
하반기 입사 전 유럽 여행을 다니고 있다.
얼마 전 호스텔에서 외국인 또래를 만나 이야기를 했는데 세상이 더 넓어지는 느낌이었다.
영어를 배우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26 . 이다현(22·대학생)
친언니가 대학교 홍보대사를 추천해 줬다.
처음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아보니 멋진 유니폼을 입고
학생들과 소통하며 캠퍼스 투어를 진행하는 모습이 멋져 보여 홍보대사에 지원해 선정됐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에 항상 가슴이 뛰는 거 같다.
27 . 이선재(36·회사원)
최근 가장 두근거렸던 건 첫 골프 라운딩 나갔을 때다.
오랜만에 밖에 나가서 새벽 공기를 한껏 마시고,
딱 첫 번째 공을 쳐봤을 때 정말 두근거렸다.
28 . 이수인(21·대학생)
올해 목표는 10kg 감량이다.
몸무게가 눈에 띄게 줄진 않아도 운동하러 매일 나가는 나를 칭찬해 주고 싶다.
특히 사고 싶은 옷을 보면 더욱더 운동하고 싶고,
헬스장에 새로운 기구가 들어오면 한번 사용해 보고 싶어서 설렌다.
또 나의 인생 목표는 결혼이다.
기회가 된다면 하고 싶은 일도 결혼과 연관된 직업이다.
얼마 전에 소방관, 간호사 부부 기사를 접하게 됐는데 내가 좋아하고 목표인 두 가지가 만난 사례라 너무 설렜다.
나도 저런 사람이 될 수 있단 생각에서다.
내가 좋아하면 힘든 일이라도 해낼 힘이 생긴다는 것을 느꼈다.
멋진 간호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2학기 공부할 힘이 생겼다.
29 . 이수현(35·기자)
일상이 슴슴해서 설렌 경험은 많지 않다.
운동(크로스핏) 가려고 어플로 예약할 때나 운동(역도) 수업 전날 정도가 조금 설렌다.
무던하게 잘 살고 있다.
좋아하는 것들로 일상을 단장해놨고 별다른 기복 없이 취미와 어우러져 지낸다.
굳이 설렜던 순간을 고르면 타지에 와서 좋은 운동 선생을 발굴했을 때,
운동에 대한 가치관이나 지향점이 맞는 사람과 새로운 도전해보자고 의기투합했을 때 정도.
30 . 이신정(27)
봄에 퇴사를 하고 길게 미국 여행을 다녀왔다.
다른 나라에서까지 포함하면 디즈니랜드를 4번째 가는 거였는데
폭풍우, 공사 등으로 인해 운이 없어서 한 번도 불꽃놀이를 못 봤었다.
이번에 올랜도 디즈니랜드에서 불꽃놀이를 봤을 때,
진짜 바라던 광경을 두 눈으로 보게 돼 그 자체로 벅찼던 경험이었다.
31 . 이ㅇ건(38·회사원)
정말 바빴던 회사 생활과 인간관계 속에서 간만에 여유를 찾아,
사랑하는 사람과 1박2일 휴가를 떠나기 직전!
가슴이 뛰었다!
32 . 이ㅇ민(27·직장인)
2017년 8월의 일이다.
공군 의장대를 전역할 때가 가슴 떨렸던 순간이다.
후임들 수십 명에게 마지막 경례를 받고 위병소 문을 지나
부대 앞 식당에서 알동기(입대일자가 정확히 같은 동기)와 소주를 한잔했다.
그 소주 한 잔의 맛, 마지막 경례를 받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33 . 이ㅇ현(31·회사원)
클라이밍 수업을 같이 듣는 여성분이 있다.
이번 주 클라이밍장이 휴가여서 그분과 같이 저녁 먹고 다른 클라이밍장에서 운동하기로 했다.
얏호!
34 . 이연경(27·지난 4일에 사직서 제출한 근로자)
필드에서 근무하는 다른 선배가 칭찬을 해주거나 응원을 해주면 가슴이 콩닥콩닥.
더 열심히 해야겠단 마음이 크다.
또한 내가 준비 중인 작업을 인스타그램에 올렸을 때 댓글로 칭찬받으면 가슴이 불타오른다.
작업을 잘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도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고민을 잘 이겨냈으리라 생각하면
나도 지금의 고민을 잘 이겨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35 . 이연정(36·기자)
집에서 야구 중계만 보다가 최근 부산 사직구장에 가서 직관했다.
가는 길에 응원가도 예습하고, 입장 전 유니폼도 사며 두근거림을 만끽했다.
비록 경기는 졌지만 선수들을 직접 마주하며 다 함께 응원하는 것에 전율을 느꼈다.
너무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이었다.
36 . 장은경(36·회사원)
최근 가슴이 뛰었던 적?
드라마 킹더랜드 보고 설레고 하트시그널 보고 두근댔었다.
예전에는 하고 싶은 게 참 많았던 것 같은데.
예전의 열정적인 내 모습을 찾고 싶다.
37 . 장은진(27·교사)
퇴근 후 취미로 수영한다.
평영이 너무 어려워서 계속 좌절했는데 어느 순간 평영으로 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정말 오랜만에 내가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벅참을 느꼈다.
38 . 장재경(27·취준생)
작년 1월 눈이 많이 왔을 때 한라산을 등반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나는 원래 체력이 좋지 않다.
그래서 겨울 한라산을 등반했던 것이 '나 자신'을 이겼다는 걸로 생각됐다.
더욱이 날씨가 좋지 않았고, 짐도 너무 많아서 더욱 가혹한 환경이었기에 더 뿌듯함이 컸던 것 같다.
◀ 장재경 씨가 지난해 1월 한라산을 등반했을 때 찍은 기념 사진. 장재경 씨 제공
39 . 장칠수(27·공시생)
2019년 육군 전문하사를 했다. 사단 내 축구 대회가 있었다.
나는 공병대대였고, 상대는 기동부대였다.
공병대대는 그 당시 기동부대를 이긴 적이 거의 없던 상황이었다.
승부차기에 돌입을 했고, 나는 골키퍼였다.
마지막 공을 막아서 우리가 우승을 했고, 전 부대원들이 다 뛰어나와 헹가래를 해줬다.
당시 대대장님도 달려오시면서 칭찬을 해줬다. 너무 가슴 떨리던 순간이었다.
골키퍼 역할의 장칠수 씨가 공을 막아 우승을 하던 순간의 영상 캡처. 장칠수 씨 제공 ▶
40 . 전승우(31·교사)
학교에서 학생들이 내 행동이나 말에 영향받아서 바람직한 모습으로 변할 때 뿌듯하고 가슴이 뛰더라!
예를 들어 수학 수업할 때 나와서 문제 푸는 발표를 많이 시키려고 한다.
나와서 못 푸는 애들도 많은데 그럴 때마다 "틀려도 괜찮아~ 지금 틀리면 기억에 오래 남으니까 오히려 좋지~" 이런 식으로 말한다.
그런데 어느 날 한 학생이 문제를 풀면서 힘들어하니 다른 친구들이 "괜찮아~ 틀려도 돼 천천히 해~"라고 했다.
이렇게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내 꿈이었는데,
원하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뿌듯했다.
41 . 정소현(28·학생)
올 한 해 알고리즘 코딩 테스트를 칠 때마다 불합격 연속이라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는데,
처음으로 코딩 테스트를 합격했을 때 너무 벅차올랐다.
알고리즘 문제를 풀다가 참고할 예시도 없고,
구글링해도 무엇도 나오지 않아 혼자서 며칠 동안 고민하고 풀었는데
PASS 답이 나와 짜릿하고 자존감이 많이 올라갔다.
42 . 최영웅(23·대학생)
올해 4월인가 5월?
예전에 신청했던 근로 장려금이 갑자기 통장에 들어왔다.
100만 원이 좀 넘는 금액이 들어왔는데,
예전에 신청했다가 깜빡하고 있었던 거라 갑자기 큰돈이 통장에 입금되니 심장이 너무 뛰었다.
43. 최정윤(27·직장인)
올봄 원하던 회사에 합격했을 때.
'합격' 글자를 봤을 때가 가장 벅찼던 순간이다.
내가 생각했던 적당한 시기에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일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만으로 뿌듯했다.
운도 좋았지만 그동안 노력한 시간들을 떠올리니 조금 울컥했다.
44 . 최지민(28·직장인)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을 보는 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뛰며 살아있음을 느꼈다.
배우들의 노래, 춤, 조명, 무대장치들이 어우러져 찰나의 예술이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무대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가 있어 뮤지컬을 끊지 못하는 것 같다.
45 . 최지혜(28·사회복지사)
내가 사랑했던 디자인을 포기한 이후 몇 년간 우울했고,
내가 원하지 않은 일을 하게 되며 더 우울한 마음이 컸다.
하지만 최근에 원하는 일을 위해 이직 준비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 속 열정이 불타는 느낌이다.
늦었지만 언젠가 나에게도 기회가 다시 오겠지 라는 마음으로 다시 공부 중이다.
46 . 최현식(24·대학생)
최근 타지에서 인턴 생활과 취업 준비로 힘들고 지친 상태였는데,
오랜만에 집에 가서 가족과 반려견을 만났을 때가 가장 심장 뛰었던 때인 것 같다.
평소에는 잘 생각하지 못했던 가족의 소중함을 더 체감하게 돼서 그런 것 같다.
평소에도 퇴근 시간쯤에 가족들에게 반려견 사진이나 동영상을 받아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뛰고 벅찼었다.
47 . 최현정(27·기자)
벅차다고 느꼈을 때를 떠올려 보면 간절히 바라던 일이 이뤄졌을 때지만 그런 일은 보통 이벤트에 가깝고 흔하게 일어나지는 않는다.
대신 재밌는 작품을 봤을 때, 즐겨 듣는 가수의 공연에 갔을 때, 좋은 대화를 나눴을 때처럼 일상에서 가슴 뛰는 순간을 자주 만들려고 한다.
최근에는 날이 너무 더워서 겨울의 차갑고 상쾌한 공기를 자주 떠올렸다.
새로운 계절을 기다리는 일은 언제나 설레고 벅차는 것 같다.
48 . 하정원(27·교사)
2주 전 서이초 관련 교사 집회에 다녀왔다.
마음이 편치 않은 일주일을 보내고 집회 장소에 갔을 땐 저 멀리 완도에서 온 교사,
"이번이 아니면 오기 힘들 것 같아 왔다"고 전하는 임산부 교사 등 전국 각지에서 온 동료 교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눈물 섞인 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던 순간, 벅차면서도 슬픈 감정이 들어 만감이 교차했다.
이번 집회는 어떠한 노조나 단체, 정치집단의 후원을 받지 않고 교사 개인이 여는 집회였던 만큼
추모의 의미가 퇴색될까 봐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신경 쓰는 모습에 더 울림이 컸던 것 같다.
49 . 한소연(26)
올봄 퇴사하고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전 세계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웅장한 자연 경관과 거대한 건축물을 보니
내 존재와 인생이 되게 작고 미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갖고 있던 고민, 걱정들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졌고
앞으로도 뭐든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차오르면서 벅찼던 기억이 난다.
50 . 한솔(32·mrnw 대표)
최근 내가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 mrnw에서 조선희 사진작가의 전시를 비롯해
스트릿브랜드 'fetch', 파티 레이블 'basic move'와 함께 파티를 진행했다.
그동안 mrnw의 이벤트는 자체 브랜드 Notitle 팀의 주도로 이루어졌었는데,
최근 다양한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통해 다채로운 시각과 아이디어가 만나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었다.
각자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브랜드와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시너지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50 + 보너스 . 신중언(29·기자)
마음속 열정이 뿜뿜했던 순간은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직관했을 때.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을 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메시와 호날두처럼 월드클래스 선수들을 눈앞에서 봤을 때 설렘이 잊혀지지 않는다.
당연히 한국 경기도 모두 직관했다. 경기 시작 전에 현지 교민들과 직관 온 한국 사람들이
모두 경기장 앞에서 아리랑과 애국가를 부르면서 응원전을 펼쳤는데 그때도 가슴이 뛰더라고.
한국인인 게 자랑스러웠던 순간이었다.
당신의 '가장 최근 가슴 뛰었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대답에 주저하거나 깊이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슴 뛰었던 순간이 언제인지 쉽게 기억나지 않아도 너무 심심한 삶을 살고 있다고 여기지 말길.
크지 않아도 소소한 설렘, 작은 두근거림에 집중하다 보면 충분히 행복하고 열정적인 인생임을 느끼게 될 테니.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뭔가에 도전하기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외쳐보자. 청바지! (청춘은 바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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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Z 50인에게 물었다…
그대들은 언제 그토록 뜨거웠는가 🔥
디자인 | 이정민 디자이너
편 집 | 류해미 기자